ESR켄달스퀘어리츠가 1,422억원 규모(1차 발행가 기준) 유상증자 성패의 분수령이 될 마지막 고비를 맞습니다. 5월 유상증자 계획을 공표한 이후 최근까지 비교적 선방하긴 했지만, 큰 틀에선 ‘리츠 증자=주가 하락’ 수순을 피하진 못했는데요. 해당 기간 주가는 약 10% 이상 하락했고 최종 조달 규모 역시 감소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리츠 증자 과정에서 나타나던 일정 부분 예상된, 불가피한 흐름이자 패턴에 가까웠습니다. 이제부터 청약 전까지 남은 보름여 기간은 당초 계획했던 증자 시나리오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국면들입니다.
장고 끝 유상증자 카드 꺼낸 ESR켄달스퀘어리츠(feat. 할인율 & 증자율)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유상증자에 ‘실권수수료’를 책정한 이유
첫 번째 고비는 이달 18일부터 이뤄지는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상장 및 거래(24일까지)입니다. 신주인수권은 말그대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 증서를 말하는데요. 유상증자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인 만큼 최우선적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인수할 수 있게 됩니다. 참여 의사가 없는 주주에게 시장에 매각할 시간을 주는 셈입니다(반대로 증자에 참여하고 싶은 신규 투자자는 해당 기간에 신주인수권을 살 수 있습니다).
보통 리츠를 포함한 일반기업의 유상증자에서 신주인수권 거래 기간의 분위기와 동향은 고스란히 증자 공모에도 영향을 줍니다. 매도자가 늘어날수록 인수권 가격은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청약 분위기도 비우호적으로 바뀝니다. 반대로 매수자가 늘면 가격은 올라가고 분위기도 우호적입니다. 동시에 기존 주주들의 참여 기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소액주주는 물론 지분 비중이 높은 주요 주주들이 신주인수권을 매도하며 청약 불참 의지를 드러낼 경우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스폰서와 주요 주주인 캐나다연금(CPPIB)의 지분 비중이 35% 안팎에 달하는 만큼 이들의 참여는 매우 중요한데요. 현재까지 기류는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플랜B’ 역시 준비하고 있습니다(신주 인수 문의가 많은 상황입니다). 지난해 디앤디플랫폼리츠가 신주인수권 거래 기간에 국민연금을 유치한 바 있죠.
6월 말까지는 신주인수권 외에도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습니다. 신주인수권 거래 마지막(24일) 무렵부터 영향을 끼치는,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 산출의 핵심인 2차 가격 산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내달 3일 시작되는 청약일 전 3거래일을 기준으로 이전 일주일 간의 주가 흐름이 매우 중요합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 입장에선 증자 계획 발표 후 한 달 동안 주가 하락폭이 컸던 만큼 추가적인 하락은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유상증자 발행사, 특히 리츠는 필요 자금 외에 일종의 '버퍼' 성격으로 조달 예정 규모를 넉넉히 확정하는데요. 예상치 못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조달 자금 축소란 점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모 리츠의 경우엔 30%에 가까운 주가 하락 여파로 유상증자 이후에도 빚을 내서(외부 차입) 부족 자금을 메우기도 했습니다. 사실 증자 부족 자금을 차입으로 일부 만회하는 점 자체가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물론 ESR켄달스퀘어리츠의 주가 하락과는 별개로 여전히 투자 매력을 갖춘 우량 K리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투자자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만큼 투자자 모집 자체엔 어려움이 없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발행사 입장에선 항상 변수가 따르는 자본시장 공모의 특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결과는 문제 없었지만 과정이 좋지 못했다면, 가령 주가 하락 폭이 컸다면 기존 주주들이나 리츠 모두 중단기적으로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