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가장 바빴던 K리츠를 꼽으라면 단연 SK리츠를 들 수 있습니다. 고금리에 기인한 주가 급락 등 여러 비우호적인 환경에도 1조원이 훌쩍 넘는 대형 자산(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를 신규로 편입했고, 3,06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모두 완료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K리츠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4조원대 규모의 압도적 외형을 갖춘 대형 리츠로 거듭났습니다. 대규모 자산 편입과 유상증자를 제한된 기간에 단행한 곳은 유일합니다. 결과적으로 배당 등 실리적 측면에서는 개선된 측면이 있습니다. 고금리 여파를 상쇄하면서 배당수익률 하락을 방어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엔 주유소 매각 등을 거치면서 오히려 기존 수익률을 웃도는 배당금을 확정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다시 배당금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향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리츠 대형화 측면에서는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누릴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고했습니다. 일례로 지금도 이미 누리고 있지만, 압도적 덩치와 AA급 수준의 신용등급을 감안하면 향후엔 자본시장에서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당연히 반대급부도 따랐습니다. 치러야 할 기회비용 자체가 컸습니다. 가장 먼저 시장과 주주들의 시선이 차가워진 점입니다. 자산편입 발표 시점에서 석연치 않은 매도자(SK하이닉스) 매각 이유 등으로 불씨를 키운 점, 기존 주주들의 부담과 피로도가 가중되는 방식의 유상증자가 2년 연속 이뤄진 점 등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한(신주인수권)을 대거 포기하면서 증자 공모가 더욱 어려워졌던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죠. 사실 SK리츠의 지난한 행보는 가파른 금리상승과 맞물려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피로감은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 스폰서는 증자에 사실상 불참(1,347억원 배정분 가운데 130억원 투입)하는 듯한 시그널을 보이면서 분위기를 다운시켰습니다. 그나마 신도철 SK리츠운용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자산편입 및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잡음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과 계속된 소통 의지를 보였던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연기금∙공제회 집합소’ SK리츠, 이번엔 사학연금∙방폐기금 등 큰손 유치
삼성증권, “SK리츠의 높은 배당 안정성, 주가 리스크 해소할 것”

SK리츠의 최근 분위기나 기류를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지난해 11월이후 주가 흐름입니다. 1년 전인, 2022년 연말 글로벌 리츠 지수(FTSE EPRA Nareit Global Real Estate) 편입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던 SK리츠의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다수 리츠가 지난해 11월 이후 완만한 회복 흐름의 수혜를 누렸다면 SK리츠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굵직한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해왔고, 대기업 스폰서 리츠이자 압도적 외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리츠란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데요.
사실 연말과 연초 분위기를 좌우한 요인은 명확합니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넘어 대규모 잠재 매도물량, 오버행 이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인 보호예수 해제 등과는 차원이 다르죠. 증권사들이 증자에서 떠안은 물량은 단기간에 처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당연히 기름을 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증권사가 인수한 물량(603억원 가량)이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계속해 시장에 풀렸습니다. 올해 연초에도 계속 이들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에 발목을 잡고 있죠. 일례로 지난주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억원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밖에 없죠. 다행히 지난해 연말엔 증자 이후 줄어든 스폰서(SK)의 지분율만큼 유통주식 수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리츠 지수로의 편입 비중이 늘어난 점이 이를 일부 상쇄하기도 했지만 대세를 바꿀 수는 없었죠. 다행히 이제는 오버행 이슈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SK리츠가 언젠가는 마주할 주가 회복의 시간, 반격의 레이스를 펼치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SK리츠를 둘러싼 오버행, 금리 등의 이슈를 감안하면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있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