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는 브랜드, 창업가, 문화 생산자들이 동시에 유입되며 도쿄에서도 높은 도시 에너지를 보유한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변화 발전을 이끌어 가는 디벨로퍼가 도큐 그룹입니다. 도큐 그룹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거나 재개발하는 것을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창작자와 스타트업, 기업 등이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람들의 유입을 증대하는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같은 시부야의 도시 개발 모델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가기 시작한 성수에서도 유용합니다. 이를 위해 도큐 그룹이 시부야를 거점으로 운영 중인 타운 매니지먼트에서 여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큐 그룹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운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시부야형 도시 라이프"를 실현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개발자이자 운영자로서 만들어 가는, 도큐 그룹의 Greater SHIBUYA

Q. 도큐 그룹은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디벨로퍼임에도, 시부야에서는 단순한 ‘개발자(Developer)’를 넘어 ‘운영자(Operator)’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0여 년에 걸쳐 시부야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온 도큐 그룹이 생각하는 시부야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A. 시부야 도시 개발의 비전으로 4가지 기본 방침을 제시합니다. ① 시부야 집중 전략의 지속을 통해 Greater SHIBUYA의 광역적 매력을 향상시키는 것, ② 글로벌 시각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갖춘 세계의 SHIBUYA로 발전시키는 것, ③ 인프라를 정비하고 녹지 공간 확충을 통해 도시를 진화시키는 것, ④ Entertainment City SHIBUYA의 발전과 심화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Q.각 기본 방침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도큐 그룹은 시부야역에서 반경 2.5km까지를 광역 시부야권으로 정의하고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범위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매일 태어나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모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같은 방향을 Entertainment City SHIBUYA의 실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4가지 기본 방침에 더해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의 변화, 인구 감소, 환경 문제 등을 배경으로 시부야 도시 개발에서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가치로 '시부야향 도시 라이프' 실현을 새로운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도큐 그룹이 정의한 '시부야형 도시 라이프'는 어떤 개념인가요?

A.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시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로 일(Work), 놀이(Play), 주거(Live)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시부야에서 즐겁고 쾌적하게 자기다움과 사람·자연·사회가 조화된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Q. 도큐 그룹이 추구하는 '시부야다움'의 정의도 궁금합니다.

A. 우리가 생각하는 '시부야다움'이란 터미널성, 다양성, 새로운 도전이나 가치관을 허용하는 여유와 유희성입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람·정보·비즈니스가 모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응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 교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가 태어나고 확산되며 이에 이끌려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선순환을 만드는 바탕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끊임없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어가며 성장하는 시부야가 되도록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모으는 공간 설계의 힘

Q. 시부야는 복잡한 교통망과 높은 유동 인구를 가진 지역이지만, 최근 도큐 그룹의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이용자 특성별로 정교하게 설계된 동선과 공간 구조가 돋보입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할 때, 물리적·공간적(하드웨어) 측면에서 가장 중점을 둔 설계 원칙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시부야역 도시 개발에서는 기존 과제를 해소하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특히 ① 시부야 특유의 계곡 지형, ② 철도 노선 및 국도 246호선으로 인한 동서남북 단절, ③ 역 내부 구조의 복잡화에 따른 불편함과 보행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보행자 네트워크 정비에 힘썼습니다. 시설 간의 수평 이동을 평탄하게 연결하는 보행자 데크, 계곡 지형의 수직이동을 지원하는 어반 코어(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가 특징입니다. 이같은 공간 설계시 정비 주체나 사업자의 결정이 아닌 행정·학계·지역을 포함한 ‘디자인 회의'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Q. 복합 용도 공간(Mixed-use space)을 구성할 때 ‘체류 경험(Stay Experience)’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공통된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① 역 주변 전체에서 기능별 전략(상업·오피스·호텔/주거·엔터테인먼트/정보발신시설)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 ② 프로젝트 단위에서 시설 콘셉트·타깃 설정·니즈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핵심 축으로 해 상품을 기획하고 검토합니다. 이 같은 과정이 체류 경험 극대화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특히 역과 일체화된 대형 개발에서는 테넌트 구성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광장 공간을 정비하는 것도 신경씁니다. 광장은 이벤트·액티비티의 거점으로, 시부야다움이 발현되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 체계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로컬 특성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는 타운 매니지먼트 

Q. 시부야는 거리 문화, 소규모 상점,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등 강한 로컬 에너지와 창의적 생태계가 살아 있는 지역입니다. 대규모 개발이 이러한 지역 고유의 특성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큐 그룹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균형의 지점은 무엇인가요?

A. 로컬과 개발의 균형은 결국 다양한 주체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개발을 진행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부야에는 196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시부야 재개발 협회'가 활동 중입니다. 협회를 통해 지역의 미래상에 대해 폭넓은 관계자들이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가조합, 상공회의소, 지역 활동 기업, 대형 상업시설 등 약 100개 단체·기업이 참여해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7월에는 ‘시부야 계획 2040 - 도시 활용 전략’을 발표하고, 지역 전체에서 로컬 특성과 개발 균형에 대한 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Q. ‘공간 운영’보다 ‘운영 주체 간의 관계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행정, 민간, 로컬 커뮤니티 간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도큐 그룹이 경험한 효율적인 거버넌스 및 협력 구조의 핵심 원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시부야의 타운 매니지먼트는 ① 규칙을 만드는 조직(협의회), ② 규칙에 따라 실행하는 조직(일반사단법인 에리어 매니지먼트)으로 나눠 운영됩니다. 조직 운영의 핵심 원리는 규칙을 만드는 조직과 실행을 하는 조직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과 명확한 콘셉트를 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도큐 그룹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주요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Q. 도큐 그룹은 어떤 역할과 조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나요?

A. 도큐는 위에서 소개한 두 조직 모두에 멤버 및 사무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적극적으로 조직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논의된 내용을 실행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주도하는 것 역시 도큐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Q. 타운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두 조직에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는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A. "즐거움으로 시부야를 움직여라."입니다. 시부야는 대형 개발과 사회 변화로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기회를 만들 수 있는지, 도시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제도·재원 구조가 필요한지를 행정과 민간의 연계를 통해 논의를 지속합니다.

  

지속가능한 지역 운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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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광역 시부야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장기 도시재생 프로젝트 ‘라이프 랜드 시부야’는 일과 여가, 창작과 소비가 공존하는 엔터테이닝 시티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는 한국 성수의 ‘일과 놀이 결합형 지역 발전’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도큐 그룹이 생각하는 엔터테이닝 시티의 핵심 요소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콘텐츠·공간 운영 전략은 무엇인가요?

A. 도큐는 세 가지 축을 기준으로 엔터테이닝 시부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공간과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예술 전시·콘서트·극장을 아우르는 시부야 대표 복합문화센터 Bunkamura, 브로드웨이 공연을 주로 올리는 대형 뮤지컬 전문 극장 시어터 오브(Theatre Orb), 예술·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큐레이션하는 소규모 프리미엄 영화관 르 시네마(Le Cinéma), 대형 이벤트를 위한 Hikarie Hall, 음악 공연·브랜드 행사·라이브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최신형 이벤트 홀 Stream Hall 등이 이런 기능을 담당합니다. 인디 아티스트 창작·표현 활동을 지원하는 FROM STREET PROJECT 등을 통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키우는 기회의 장을 열기도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플랫폼·제도 구축 및 도시 단위 이벤트 운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시부야는 항상 변화하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라이프스타일의 무대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할텐데요. 도큐 그룹은 이러한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자산 운영에 반영하고 있나요?

A. 도큐 그룹은 부동산 개발 외에도 교통, 리테일, 케이블TV, 보안, 전력, 생활 서비스, 문화·엔터테인먼트, 호텔·리조트 등 광범위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로부터 얻는 사람들의 행동 특성·니즈·트렌드를 분석해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 큰 강점입니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시부야 지역의 변화 움직임은 SHIBUYA109 lab.(Z세대 특화 마케팅 기관)과 SHIBUYA QWS(세대·주체가 교류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공공적 공간)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Q. 서울시의 성수는 시부야와 유사하게 크리에이티브 산업과 로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큐 그룹이 시부야에서 쌓은 경험을 성수와 같은 도시 개발에 적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 시부야에는 새로운 비즈니스와 문화를 환영하는 '관용적이고 자유로운 도시 풍토'가 있습니다. 이는 시부야의 큰 강점입니다. 이를 도시 개발에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플레이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시부야에 이러한 조직과 플랫폼이 다수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시부야구가 '다름을 힘으로'라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민관 협업을 추진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도시 개발의 플레이어들이 다름에 대한 포용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부야에서 도큐 그룹이 운영중인 타운 매니지먼트의 방향은 플레이어들의 유기적 순환을 통해 도시 가치를 높이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는 서울의 성수에서도 이미 시작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지역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현해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협업을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지자체·커뮤니티 간 민관협력 구조, 창작과 체류를 유도하는 콘텐츠 중심 공간,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는 브랜드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일과 놀이, 창작과 소비가 공존하는 엔터테이닝 도시로 성수가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타운 매니지먼트의 운영이 중요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Thanks to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분
시노다 나츠키(Shinoda Natsuki) 시부야 개발사업부 개발계획그룹 전략담당, 도큐 주식회사

인터뷰 진행에 도움 주신 분
Isao Suga 리테일 헤드,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재팬
Yurie Niino 크로스보더 리테일 시니어 매니저,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재팬
고나영(Reina Kawakami) 크로스보더 리테일 매니저,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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